많은 사람들이 "아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 속에는 깊은 아쉬움이 느껴지는데 인간이라면 모두 겪었을 것이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그것을 이룰 수 없기때문이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이 그 어떤 욕망보다 큰 것처럼 이룰 수 없는 그 순간의 "나"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내가 원했던 행동을 하지 않은 채 나는 살아왔다. 진행된 사건과 삶 속에서 문득 가장 이상적으로 행동했을 경우의 "나"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과거를 바꾸는 생각은 거듭할 수록 희미해지기도 혹은 더 심해지기도 한다. 물론 더욱 심해지는 쪽이 강한 거같다.
<덤덤한 나레이션과 어울리는 목소리>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은 과거의 여러 가지 일들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 마치 게임처럼 세이브한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너무나 뻔하지만 너무나 재밌을 것 같은 주제이다.
<생각나는 아버지>
그렇다면 사람들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짜고 가장 이상적인 혹은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실행하고 싶은 시나리오 대로 살아야할까? 물론 그렇게해서 인생이 쑥쑥 풀린다면은 정말 좋은 일이겠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고 항상 아쉬움을 남겨둔다. 어쩌면 그런 아쉬움이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큰 매력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우리는 항상 실수하기 때문에 그때 그 순간을 곱씹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만일 항상 완벽한 순간을 살아간다면 우리의 기억은 항상 완벽한 행동을 취한 것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는 완벽했기 때문에 과거를, 추억을 곱씹어도 그 기억의 파편에서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과거는 완벽하기 때문에 과거를 기억하려고 하지도 않겠지.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신"은 실수를 하지 않기때문에 "인간"을 부러워할 수도 있다. (완벽해서 아무런 부러움도 느끼지 않겠지) 하긴 신이 실수를 한다면 그것은 역사의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이 아닐까
<사랑스러운 레이첼>
이 영화를 보고난 후 든 생각인데 바꾸고 싶은 과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나의 과거도 어떤 기억은 정말 기뻤지만 어떤 기억은 정말 바꾸고 싶다. "왜 그 때 그녀에게 그랬을까? 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봤어야 했는데", "그 때 더 열심히 살았다면 더 운동했다면 지금보다 더 멋진 외모를 가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더 공부를 열심히할 걸. 그때 그 여자에게 빠지는 것이 아니었어" 따위의 생각들이 나를 가득 채운 순간 스스로의 삶이 처량한 느낌도 들었다.
영화는 그렇게 "인생은 이렇게 사는 거야 짜샤"라는 말을 굉장히 멋지게 이쁘게 보여준다. 배우들도 외모적으로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레이첼 맥 아담스는 굉장히 사랑스러웠으니 제외) 담담한 목소리로 들리는 나레이션은 굉장히 좋았다. 특히, 영국 악센트가 나레이션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 같다. 영국인들도 이런 점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영국 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어바웃 타임에서도 물씬 느껴지는데 그 분위기는 "캐쉬백"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영국의 풍경과 담담한 어투... 주인공들은 마치 제3자처럼 자신을 묘사한다. 이런류 나레이션은 일본 영화에서도 제법 많이 봐온 것 같다. 같은 섬나라라 그런가? 영국의 영화가 대체적으로 개인사적으로 소소한 교훈을 주는데 많은 비중을 두는 반면 일본 영화는 더 무거운 주제인 운명, 인간의 존재에 관한 고찰 등 에 관심을 두는 편이다.(중2병 걸린 애니메오타쿠들이 괜히 나오지 않았다)
<부자의 포옹>
이 영화를 보고 자신의 삶에 있어서 고치고 싶은 점이 없는 사람들은 영화가 재미없을 것 같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삶의 오점을 고치고 싶어할 것이다. 고치고 싶은 것이 많을 수록 감정이입이 되면서 많은 깨달음을 느낄 것이다.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주인공에게 부러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굉장히 소수에 불과할 것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치고 싶은 것 투성이겠지.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 번 고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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