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

고질라 2014(Godzilla 2014), 성공적인 리메이크

by Cappuccino as ordered 2016. 5. 11.

1997년에 헐리우드판 고질라가 개봉했다. 나는 재밌게 보았지만 혹평을 많이 받았다. 고질라 팬들은 고질라가 아닌 갓질라로 패러디하며 정통 고질라 시리즈로 쳐주질 않았다.(그래도 갓질라 애니메이션은 인정하는 분위기) 그에 반해 유명세는 대단했는데, 아직도 마티즈 광고가 생각난다. 혹평을 받았던 소위 갓질라가 다시 한 번 2014년에 찾아왔다. 안타깝게도 전범기 때문에 홍보를 잘못하며 의도치 않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국내 흥행에는 실패한다. 전범기에 대한 왜곡도 문제지만 애초에 전범기가 어떤 것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념 자체를 모르는 듯하다.


<미국 고질라라 그런지 살이 쪘다. 곰돌이 같기도 하다>

영화 고질라 2014에서 고질라의 모습은 원작의 모습에 충실했다. 갓질라처럼 도마뱀같은 모습이 아닌, 검고 거대한 몸뚱아리, 뿔이 나있는 긴 꼬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울음소리는 갓질라랑 똑같다) 개봉초기에, 고질라 시리즈 중 가장 큰 고질라로 알려졌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닌 걸로. 고질라에 대한 묘사뿐만 아니라 이야기 패턴도 비슷하게 따라갔다. 갓질라에서 고질라는 인간의 적이고 인간이 파괴해야할 존재였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King of Monsters로 대자연적 존재, 중립적 존재이며 신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고질라와 인간의 대결이 아닌, 괴수와 괴수의 대결 즉, 고질라 vs 무토의 대결이 주요 줄거리다.


<무엇일까요? 1번 무토의 꼬리, 2번 고질라의 꼬리, 3번 거대 마른 오징어 다리>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사실 주인공은 배우들이라기 보다 고질라와 무토라서...인류는 무기력하게 고질라와 무토의 싸움을 방관할 뿐이다. 너무 무기력하게 나와 스토리가 빈약한 측면도 있다. 반면 고질라와 무토의 싸움씬은 예전 시리즈보다 훨씬 화려해졌다.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이 들어갔으니 당연하지만, 영화의 장르가 바뀌어서 그런 것이 가장 크다. 고질라 2014는 SFX영화가 아닌 SF 혹은 판타지 영화다. 반면 일본의 고질라는 SFX영화로 일종의 특촬물이다. 사람이 직접 탈을 쓰고 연기하는 전통적 방식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전통이 있으니 쉽게 포기하기 힘들겠지만, 괴수 영화의 생동감을 위해서는... 글쎄...나는 회의적이다. 고지식한 면에서 장인정신이 나오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일본이란 나라가 아직 자국이 가진 강력한 문화 콘텐츠, 소프트 파워를 쓰는 방법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 그래도 조금씩 감을 찾아가는 것 같은데, 슈렉과 같은 3D버전의 도라에몽 애니메이션, 바람의 검심과 기생수의 실사판 영화 처럼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내놓고 있다. (일본 내 흥행은 잘 모르겠지만 평은 괜찮다) 


<사고로 아내를 잃어 큰 상처를 갖게 된 아버지>

고질라는 본질적으로 자연 앞에서 인간의 무기력함과 경이심, 핵무기에 대한 공포를 담고 있다. 환경을 파괴하며 발전하는 인간사회를 스스로 성찰하는 느낌이 강하다.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자연을 상징하는 고질라가 인간을 징벌할 것이라는 경이심이 강력하게 느껴진다. 또한, 핵무기에 대한 공포심도 갖고 있다. 일본은 2차 세계 대전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맞고 무조건 항복을 하며 패전국이 되었다. 그들은 세계 최초로 핵무기를 맞은 국가로서, 핵에 대한 공포심을 가슴 속 깊이 갖고 있다. 그것은 고질라로 이어져 있는데, 원조 고질라의 설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고질라가 핵실험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다거나 몸 속에 엄청난 방사능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하는 등의 설정을 갖고 있는데 핵무기에 대한 공포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997년 리메이크 작에서도 고질라는 프랑스의 핵실험에서 태어났으며, 이번 2014년 리메이크작도 핵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 초반에 후쿠시마를 상징하는 핵실험 사고가 나는 것, 무토가 방사능을 먹이로 삼아 살아가는 것 등을 보면 여전히 핵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칼렛 위치로 변신한다>

부부역할을 맡은 엘리자베스 올슨과 애런 존슨은 다음 영화에서 남매로 활약한다. 그들은 나란히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출연해서 각각 스칼렛 위치와 퀵실버 역할을 맡았다. 이번에는 케미 좋은 부부로서 함께 출연하지만, 같이 있는 건 20분도 안되는 듯하다. 사건이 빵빵터지기에, 바로 이산가족이 되어버리는 잔혹한 운명이다. 그러고 보니 어벤져스2에서도 ㅠㅠㅠ 


<그렇게 충격을 받은 그는 초능력에 눈떠 퀵실버가 된다>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괴수 영화의 액션을 보려면 추천한다. 특히 고전 시리즈인 고질라가 할리우드라는 날개를 달고 다시 태어나 괴수와 격돌하는 모습을 보려면 추천!


PS. 콩 스컬 아일랜드와 같은 세계관이다. 고질라 vs 킹콩을 위한 첫 영화라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