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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노팅힐:느껴지는 명작의 아우라

by Cappuccino as ordered 2013. 1. 23.

명작 영화란 무엇일까? 많은 명작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명작영화는 스스로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영화다. 또한 다시 봐도 감동으로 가슴 설레는 영화다. 노팅힐은 바로 그런 영화다. 97년 작인 노팅힐은 16년 후인 오늘날에 봐도 "최고의 멜로 영화는 바로 나다!" 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것 같다. 이야기의 서사구조도 당시에는 독특했던 스타여자와 평범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다. 즉, 신데렐라 이야기의 남성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배경인 런던은 97년에 "나는 이렇게 아름답고 이런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휴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

영화는 우연히 서로에게 뿅간 남녀의 이야기다.(어쩌면 여자의 실수로 얽히게 된 남녀의 이야기) 남자판 신데렐라 이야기는 최근 드라마,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느낌이 들겠지만(우리나라 드라마도 몇 편 있었다.) 그 시초는 노팅힐이다. 하지만 노팅힐은 최근의 남자판 신데렐라 작품보다 더 부드럽고 잔잔하며 굉장히 담백한 영화다. 어쩌면 이런 잔잔함이 명작의 아우라를 만들어낸 것 아닐까? 너무 자극적인 음식들은 처음에는 맛있을지 모르지만 쉽게 질리고 만다. 막장이니 뭐니 하는 최근의 영상미디어의 추세는 그래서 빨리 질린다. 


노팅힐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영국 영화 특유의 감성이다. 어느 나라나 그 나라만의 정서가 있고 그 정서는 영화에 반영된다. 영국영화는 무언가 잔잔하며 씁쓸한 맛이 있으며 정적인 느낌이 있다.(대표적인 영화로는 빌리 엘리트, 캐쉬백이 있는데 특히 캐쉬백은 정말 전형적인 영국영화다) 영국의 도시배경은 너무 현대적이지도 않고 너무 중세적인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물론 할리우드와 합작이라 영국 특유의 느낌이 조금 희석되는 느낌이 있지만 전형적인 영국풍 로맨스 영화라는 거! 

<유명 여배우보다 얼굴 가린 거는 평범남이라는 불편한 진실. 뭐 다른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남성의 입장에서 보자면 남자판 신데렐라에 대해서 모두들 한 번쯤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은 자기보다 더 나은 여자를 만나서 슬픈 사랑을 해보다 골인해보고 싶다라는 상상을 한다(나만 그런가?). 그런 점이 이 영화의 몰입도를 더 증폭시켜주는 것 같다(포인트는 슬픈 사랑이라는 거). 여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이 소위 말하는 "알파걸"이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가 있는데 그 남자는 보잘 것 없다는 그런 상상... 그러나 그를 보면 자꾸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 같고 이상한 행동을 하고 설렌다. 이런 상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을까? 


16년 전, 영화를 보니 어색한 것도 있다. 당시의 패션이나 기계들... 여러 가지가 어색하지만 가장 어색한 것은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젊은 모습이다. 특히, 탑건에서 이런 점을 느꼈는데 어떻게 보면 어색한 점이라기 보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젊은 시절의 미남, 미녀배우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에 나오는 휴 그랜트는, 지금은 주름이 많고 나이도 들었지만, 정말 매력적이게 생겼다. 그것보다 휴그랜트는 소심하고 평범한 영국인 역할에 굉장히 걸맞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보다보면 그가 힘빠질 때는 나도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휴그랜트만 젊은가? 줄리아 로버츠는 당시 최고의 여배우였다. 그녀의 젊은 시절 역시 많은 남성들을 설레게 했다. 무언가 가련한 느낌의 여배우다. 노팅힐에서는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연약한 느낌이 드는 안나 스콧 배역을 맡았는데 이미지가 굉장히 잘 맞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휴 그랜트가 극 중 사는 집이 너무 맘에 들었다. 뭔가 알찬 느낌>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 당시 영화의 배경이다. 영화의 배경은 런던의 노팅힐이란 곳이다. "막상 가면 뭐 별 것 없다"라고 하지만 영화에서만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처음에 나왔던 포투벨로 거리는 이 영화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화사한 날씨(영국은 날씨가 항상 우중충한데 화사한 날만 골라 찍은 것 같다)와 아기자기한 집들은 "나도 저런 집에서, 저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바타와 같이 화려한 CG영상만이 영상미가 아니라 담백한 영상미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명한 2층버스. 여담이지만 노팅힐의 휴그랜트는 영국남자의 차가운 이미지가 아니다>

이렇게 영화는 담백한 영상미에 담백한 사랑 이야기를 담백하게 말해준다. 한마디로 노팅힐은 창가에 앉아 담백한 비스켓을 먹으며 사랑하는 이와 화창한 날씨의 햇볕을 쬐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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