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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레미제라블

by Cappuccino as ordered 2013. 1. 14.


앙시엥 레짐. 프랑스 혁명 당시 사회문제를 지칭하는 용어. 하지만 어느 사회나 그 사회만의 앙시엥 레짐이 존재한다. 그 사회의 문제는 개인의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 그렇지만 개인의 힘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힘들다. 모든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힘을 모아서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 바로 사회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시련의 문제 속에 던져졌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 이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혁명시기의 암울했던 사회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과 장발장의 이야기이다.


스포있어용


레미제라블은 굉장히 어두운 이야기다. 그리고 그 비극적인 상황에서, 주인공 장발장은 옳바른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 옳바른 길이 "선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 그의 길은 인간적이었다. 그가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의 딸을 거두어주고, 애지중지 친딸처럼 키운다. 그 딸이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그 남자를 자신의 목숨을 받쳐 구하고 그는 평화로운 최후를 맞는다.


<코제트와 마리우스. 마리우스는 토레스랑 닮은듯? 실제로도 마리우스 역의 에디 레드메인은 이튼 스쿨 출신이다!!!>

간단히 줄여보아도 굉장히 파란만장한 그의 생애를, 영화는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표현했다. 이미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유명했지만, 스크린 속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은 매력적이었다.  그 매력은 단순히 형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노래와 암울하지만 희망찬 이야기의 환상적인 조합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하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이, 대사의 90%이상이 노래였기에 빠른 전개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그저 "who are you?"라고 표현해도 될 간단한 부분도 노래로 하게 되면 길어지게 된다. 그 부분이 영화를 약간이나마 지루하게 만들었다.


<결국 장발장 때문에 멘붕당하는 자베르 경관. 내가 가지고 있는 평생의 신념이 한순간 박살나면 나의 선택은 어떨까?>

그런 느린 전개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감동은 계속 되고 여운은 길다. 그것은 어쩌면 이 영화 속에서 "한국 사회"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프랑스 사회에서는 빈부격차가 크며 평민들은 빵을 살 형편조차 되지 않고 계속 억압받는다. 평범한 그들은 자유를 갈망하지만 그 갈망은 강력한 기득권 세력에 의해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 슬픈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절망 속에서 그들은 인민의 힘을 믿으며 언젠가는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요컨대 이런 모습은, 영화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신자유주의의 기조 아래에 경제적 양극화와 그로인한 사회적 우울증 그리고 수많은 피를 흘려 민주주의를 이륙했지만 아직은 미성숙한 우리의 역량 부족때문에, 또 사회적 억압에 의해 아직 완벽히 자유를 얻지 못한 우리 한국민들의 모습이기도 하다.(물론 영국, 미국, 프랑스 같은 서구 민주 선진국들의 국민들도 완벽한 자유를 얻었다고 보진 않지만)


<판틴>

또 하나 영화의 여운이 계속 되는 것은 영화의 코드가 "희생"을 강조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많은 "희생"들이 나타난다.


<휴 잭맨 형님. 노래 잘부르던데. 비단 휴 잭맨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가 직접 노래를 했다는 거! 그래서 노래 왜 이리 못해요 라는 말도 들었다는데...>

메인 캐릭터인 장발장은 조카를 위해 빵을 훔쳤다가 19년을 감옥살이하게 된다. 그 후, 자신의 바뀐 신분이 탄로나 모든 것을 잃은 처지에 있으면서도 그는, 도덕적 선함을 고민하고 좇으며 그의 공장에서 쫓겨난 여성 노동자 "판틴"의 딸 "코제트"를 거둔다. 자신의 모든 것이 다 날아가버린 상황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거둔다는 것은 하나의 희생이다. 그의 희생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코제트"가 사랑하는 청년 "마리우스"를 위해 위험에 빠진 "마리우스"를 자신의 목숨을 다받쳐 구해낸다. 그리고 자신의 신분과 과거가 밝혀지면 "코제트"가 실망할 것이라고 생각해 조용히 최후를 맞이하려 한다. 어쩌면 그의 희생은 사랑에서 나왔기에 심지어 아가페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에포닌 ㅠㅠㅠㅠㅠㅠㅠ>

비단 희생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장발장만이 아니다. 짝사랑하는 "마리우스"를 위해, 그의 사랑을 맺어주려는 "에포닌"은 결국엔 그녀의 목숨을 받친다. 그녀는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하고 만족해하며 슬프지만 행복한 최후를 그의 품안에서 맞게 된다. 그녀의 짝사랑은 장발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울린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결국 비극으로 끝나지만 사실 그 비극은 자유의 획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었기에 궁극적으로 승리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진실된 진보였다. 따라서 마지막에 죽은 모든 캐릭터가 그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희망에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가득 차있는 희망만으로도 그들은 그렇게 웃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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